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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후회하는 자들', 트렌스젠더의 삶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과 고민을 다룬다

 

(사진=극단 산수유)

 

극단 산수유와 두산아트센터가 공동기획한 연극 '후회하는 자들'(연출 류주연, 제작 극단 산수유)가 오는 12월 7일부터 2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다.

 

'후회하는 자들'은 트랜스젠더라는 특정 인물들을 통해 정체성에 대한 담론을 본격적으로 무대 위에 올린다. 극 중 주인공들은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났다. 미카엘은 1994년 50살의 늦은 나이에 성전환 수술을 거쳤고, 올란도는 1967년에 스웨덴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한 후 여성의 삶을 살다가 다시 재수술해 현재 남성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2008년, 이제 60대가 된 이들은 서로 동일하게 가지고 있는 '후회', '성 정체성', '성적 재규정'과 관련된 주제를 마주하며 느낀 생각들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여성의 삶과 남성의 삶을 동시에 경험한 이들은 성전환 수술 후의 삶이 자신이 이전에 꿈꿔왔던 삶과 거리가 멀었다고 회상한다. 성 정체성에 대한 두 사람의 태도는 상이하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 고군분투한 주인공들이 각자의 시간을 돌아볼 때 '무엇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받아들여지는 삶 그 자체를 갈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곧 성소수자로서의 정체성, 노동의 문제, 가족의 붕괴 등 성소수자를 대하는 사회의 면면과 그 속에 놓인 개인의 치열한 고민에 맞닿아 있다. 남성과 여성의 경계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소외된 올란도와 미카엘의 시간은 2019년 우리의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작품은 서사를 단순히 트랜스젠더 이야기로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 문제로 확장시킨다. 모든 사람이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물었을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고민하며 주체성과 선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연극 속 두 인물을 응시하며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내내 끈질기게 작동하는 정체성, 문화적 억압, 개인의 행복, 후회와 선택의 문제에 관해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하게 된다.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과 한계, 정상과 비정상을 가로질러 세상의 일반적인 통념에 반문한다.

 

무엇보다 성소수자로서의 삶의 가장 구체적인 지점을 통해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함을 역설하는 이 작품은 지춘성, 김용준이라는 두 배우의 열연에 주목하게 만든다.

 

 

 

웹진아트진 artzine2016@gmail.com